파우스트/카드 스토리

파우스트 SSR [외로운 달밤의 끝] - 밤에 반짝이는 상냥함

다별쓰 2021. 3. 30. 01:25

 

밤에 반짝이는 상냥함 1화

 

상쾌한 아침.

나와 클로에는 파우스트의 방으로 가고 있었다.

클로에가 파우스트에게 부탁할 것이 있다고 해서, 비교적 그와 교류가 있는 나에게 같이 가달라고 부탁했기 때문이다.

 

클로에

내가 갑자기 찾아가면 깜짝 놀랄 것 같아서.

현자님이 있어준다면 도움이 될 거야!

 

현자

부탁 들어주셨으면 좋겠네요.

그래서 파우스트에게 어떤 걸 부탁하실 건가요?

 

클로에

그게 말이야······.

 

-

 

파우스트

뭐? 내 옷을 자세히 보여달라고?

 

클로에

으, 응. 이번에 다들 동쪽 나라로 가기로 해서, 정말 멋진 옷을 만든다고 했잖아.

그 옷은 파우스트처럼 시크하게 만들고 싶어. 내가 찬찬히 살펴보고 참고하게 해 줬으면 좋겠어.

 

현자

저도 부탁드릴게요. 동쪽과 서쪽의 마법사 여러분들께 굉장히 잘 어울릴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파우스트

너도 알다시피, 이건 초보인 내가 만든 옷이다.

재봉사인 네가 참고할 만한 물건이 아니야.

 

클로에

그래, 그거!

 

파우스트

············!

 

클로에

그 이야기도 더 하고 싶었어! 이렇게 예쁜 실루엣이 나오는 옷을 만들 수 있다니, 파우스트는 재주가 정말 좋구나!

케이프 라인은 절묘하고 안에 입은 옷도 몸 선을 따라 아름다워서 예술적이야! 사이드 슬릿은 움직이기 편할 것을 생각해서 만든 거야?

 

파우스트

··················.

 

클로에

장식도 특이하네. 혹시 마법으로 만들었어? 아니면 동쪽 나라에 그런 게 있는 전문점이 있나? 참고한 의상 같은 거 있어?

 

파우스트

············ 알았다.

마음대도 봐도 되니까 진정해.

 

클로에

! 정말로?

고마워!

 

파우스트

그래. 질문도 잘 대답해 줄 테니 하나씩 물어봐.

 

현자

다행이네요, 클로에.

 

클로에

응! 그럼 그 말대로 할게······.

와아······. 이 천의 이음매, 재밌네. 여기 장식은 이렇게 되어 있어.

에헤헤, 이런 의상을 가까이서 본 적이 없어서 기뻐.

평소와 다른 곳에서 재료를 준비하는 게 좋을까? 새로운 장소를 뚫을 수 있다는 것도 설레네.

 

가장 좋아하는 바느질의 세계가 다시 펼쳐져서, 클로에는 정말 기뻐 보였다.

그 모습이 흐뭇해서, 뭔가 이쪽도 기쁜 마음이 들었다.

 

클로에

고마워, 파우스트. 덕분에 어떤 의상을 만들지 확실히 정했어!

당장 재료 사러 갔다 올게. 둘 다, 안녕!

 

현자

조심히 다녀오세요.

 

(방문이 닫히는 소리)

 

파우스트

하아······. 정말이지, 이런 옷이 뭐가 그렇게 마음에 드는지······.

 

지친 듯 한숨을 내쉬면서도 파우스트의 표정은 어딘가 따뜻했다.

 

현자

클로에는 옷을 만드는 열정이 대단하죠.

 

파우스트

그래. 그런 덕분에 그가 만드는 의상이 훌륭한 것이겠지.

 

밤에 반짝이는 상냥함 2화

 

복도를 걷다가, 물건을 사고 돌아온 것 같아 보이는 클로에를 만났다.

 

현자

클로에, 어서 와요. 좋은 재료 사셨나요?

 

클로에

······ 현자님······.

 

현자

어······. 왜 그래요? 안색이 너무 안 좋아요······!

 

클로에

······ 나, 저주받았을지도 몰라.

 

현자

저주!?

 

불길한 대사와 점점 무서운 공기를 휘감아가는 클로에를 보자, 나도 불안감이 커졌다.

 

현자

(클로에, 얼굴이 새파래졌어. 왜 저주 같은 게······. 저주······. 맞아, 저주라고 하면······!)

파우스트! 파우스트에게 상담하러 갑시다!

 

-

 

파우스트

······ 그렇군. 장을 보다가 들른 이상한 가게에서 저주를 받았다고.

 

클로에

응. 골동품 단추를 샀는데 돈을 내자 마자 이 가게의 물건은 전부 다 복잡한 사연이 있는 물건이라고 했어.

이건 저주의 단추라서 갖고 있는 사람에게 재앙이 닥치니까, 저주를 풀고 싶으면 돈을 두 배로 내라고 협박당해서······.

 

현자

도, 돈은 내셨나요?

 

클로에

아니, 바로 거절하니까 어떤 일을 당해도 모른다며 가게가 사라졌어.

 

파우스트

······ 흥, 뻔한 협박이다.

내가 보기에는 이 단추에서 저주의 흔적은 느껴지지 않아.

그렇게 해서 손님을 속이는, 사기와 다를 게 없는 장사를 하는 녀석들도 있어. 이번에는 거기 걸려 버렸던 거겠지.

 

클로에

······ 사기······.

 

현자

그랬군요······. 나쁜 가게에 걸린 건 큰일이었지만 클로에가 저주를 받지 않아서 다행이에요.

 

클로에

으, 응······. 고마워. 현자님, 파우스트.

이 단추도 이렇게 예쁜걸. 저주받지 않은 게 잘된 것 같아.

 

클로에는 돌려받은 단추를 부드럽게 손바닥으로 감쌌다.

하지만 제비꽃 빛 눈동자는 어딘가 슬퍼 보였다.

 

파우스트

············.

둘 다, 오늘 밤에 시간 있나?

 

클로에, 현자

응······?

 

밤에 반짝이는 상냥함 3화

 

파우스트

현자, 클로에. 이쪽이다.

 

파우스트가 우리를 이끌고 온 곳은 마법관 근처 숲이었다.

달빛이 비치는 숲을 셋이서 나지막이 걸었다.

 

현자

(그건 그렇고, 파우스트는 대체 어디로 데려갈 생각이지?)

 

파우스트

다 왔다. 여기다.

 

클로에

와아······! 예쁜 샘물!

 

현자

굉장하네요. 수면이 별빛을 받아서 반짝이고 있어······.

 

파우스트

클로에, 지금부터 내가 할 행동을 잘 지켜봐 줘.

 

클로에

앗······. 네, 네!

 

파우스트가 샘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손바닥을 물에 담그는가 싶더니, 천천히 정성스러운 손길로 물을 떠냈다.

 

파우스트

《사틸크나트 물클리드》

 

반짝반짝 별빛을 휘감으며, 샘물은 안개가 되어 번져 간다.

그것은, 나에게로 부드럽게 쏟아졌다.

 

현자

(······ 대단하다, 예뻐······.)

 

왠지 가슴이 뭉클해져 왔다.

동시에 마음속에 있던 무거운 것들이 스르르 풀리는 것만 같았다.

 

파우스트

클로에, 내가 한 걸 똑같이 따라 할 수 있겠나?

 

클로에

······ 알았어!

《스위스피시보 보이팅고크》!

 

이번에는 클로에가 무릎을 꿇었다.

떠낸 물은 주문을 외우자 빛나는 안개가 되어 그에게 쏟아졌다.

 

클로에

와아······.

굉장히 안심이 됐어.

 

파우스트

맑은 날의 밤하늘을 담은 물을 이렇게 받으면 어지러운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효과가 있어.

 

클로에

그랬구나. 그런데 어째서? 저주에는 걸리지 않았다고······.

 

파우스트

그 단추에 저주가 내려지지는 않았지만, 사람의 악의를 겪는다는 건 마음에 부담이 된다.

특히 너희들처럼 순수하고 상냥한 성격이라면 더 그렇지.

이 세상은 불합리해. 앞으로도 너는 상처를 받고 슬퍼하는 일이 있을 거야.

오늘과 똑같이.

하지만, 그럴 때 이런 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면 네 마음을 아주 조금은 지킬 수 있을지도 몰라.

기억해둬서 손해 볼 건 없을 거야.

 

클로에

··················.

······ 에헤헤······.

 

파우스트

뭐지?

 

클로에

사실 나는 처음에 파우스트가 좀 무섭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히스가 선생님은 착한 사람이라고 알려줘서······.

 

파우스트

히스클리프가······.

 

클로에

히스 말대로였어. 파우스트는 착한 사람이야.

 

파우스트

나는 딱히 착한 사람은 아니야.

눈앞에서 낙심한 얼굴을 보기 싫었을 뿐이다.

 

클로에

응, 정말 상쾌해졌어! 마법도 알려줘서 고마워.

 

현자

저도 마음이 많이 가벼워졌어요. 그리고 뭔가 포근한 기분이에요.

 

그건, 꼭 마법의 효과만은 아닐 것이다.

 

파우스트

내 용건은 여기까지다. 이제 밤도 늦었으니 방까지 바래다주지.

······ 오늘은 둘 다 푹 쉬도록 해.

 

살며시 조용하게 빛나는 별과 같은 파우스트의 상냥함에 닿았으니, 이렇게 따뜻한 것이라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