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로 SSR [떨어지지 않고 계속 함께] - 당신이 원하는 장소에서

당신이 원하는 장소에서 1화
그것은, 무사히 부탁을 해결하고 엘리엇 씨와 앤 씨의 재회에 모두가 기뻐한 뒤였다.
현자
(어라······. 네로, 저런 곳에 왜 혼자 있을까?)
네로, 뭘 보고 있어요?
네로
새의 깃털이야. 너무 예뻐서 나도 모르게 주워버렸네.
네로가 보여준 것은 유리 색의 날개였다.
자줏빛을 띤 짙은 파란색이 정말 아름답고 훌륭한 형태를 띠고 있었다.
현자
와, 진짜네. 너무 예뻐요. 어떤 새의 깃털일까요?
네로
글쎄, 어떤 새일까.
(바람이 부는 소리)
네로
아······.
현자
바람에 깃털이······!
브래들리
《아드노포텐스무》
나도 모르게 손을 뻗자 주문이 울렸다.
높이 날아오르던 날개는 브래들리의 손 안으로 휙 하고 날아간다.
네로
브래들리······.
현자
잡아주셔서 감사해요.
브래들리는 손에 쥔 깃털을 보며 네로에게 의미심장한 시선을 보냈다.
브래들리
어떤 보물을 놓쳤나 싶었더니, 새의 깃털인가.
네로
보다시피. 너에겐 아무런 이득이 없는 물건이잖아.
브래들리
뭐, 그렇지.
하지만 이야깃거리 정도로는 도움이 된다는 거야. 예를 들면······.
현자, 이걸 사용한 주술을 가르쳐 줄까?
현자
주술?
브래들리
그렇지. 음지에 사는 사람들 사이에서 전해지는 건데.
네로
야.
브래들리
말해도 상관없잖아, 이 녀석도 관심 있는 것 같고.
아까도 말했지만, 별 거 아닌 세상 이야기다. 너와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이야기잖아.
네로
······ 그건 그렇지만.
더 이상 반박하지 않는 네로를 보며 브래들리는 승낙을 받은 듯 유리 색의 깃털을 내 앞에서 가볍게 흔든다.
브래들리
주술은 간단한 거다. 깃털은 새것이면 무엇이든 좋아.
그걸 손바닥에 놓은 다음 눈을 감고 소원을 떠올려본다.
그리고 그 날개를 태운다. 그걸로 끝이야.
현자
앗, 소원을 담은 물건인데도 태워버리는 건가요?
당신이 원하는 장소에서 2화
브래들리
뭐야, 태우면 안 돼?
현자
안 될 건 없지만, 왠지 모르게 소원을 담은 물건이라면 수중에 남기고 싶어질 것 같다고 생각했을 뿐이라서······.
네로
불친절한 녀석이군. 현자 씨에게 가르쳐 줄 거면 더 제대로 설명해줘.
······ 이건 형태를 남기지 않는 것에 의미가 있는 주술이야.
현자
네?
네로
세상에는 이렇게 형태가 있는 걸 계속 가지고 있기 힘든 놈들이 있어.
내일 목숨 보증조차 없는 사람, 거주지를 옮겨가며 쫓기고 있는 사람,
어쨌든 홀가분하지 않으면 살 수가 없는 녀석들이야.
브래들리
······.
네로
그렇다고 아무런 의지 없이 살기는 어렵지, 특히 약한 녀석들은.
그러니까, 이 깃털을 사용한 주술은 무언가를 원했던 것을 잊지 않도록, 희망을 떠올릴 수 있도록······.
형체 없는 소원을 가슴에, 깃털을 태운 연기 냄새와 함께 마음에 확실히 새기는 그런 의식 같은 거야.
네로는 마치 그런 사람들을 보아온 것 같은, 혹은 바로 자신이 경험한 것 같은 현실감이 있는 말을 했다.
현자
그렇구나······.
브래들리
잘 알고 있잖냐.
네로
하하······. 어쩌다가 들었지.
전에 가게에 온 손님이 해줬던 말이야.
현자
그래도 잘 이해했어요. 감사합니다, 네로.
그건 그렇고, 브래들리가 이런 주술을 알고 있다니 의외네요.
뭐랄까, 브래들리는 뭔가 부탁을 할 것 같은 이미지가 아니라서요.
브래들리
핫, 나도 동쪽 식당 하던 놈이랑 똑같은 경우다.
이건 도적단에 있던 놈에게 들은 이야기지.
나는 주술 같은 게 없어도 살아갈 수 있어. 하느님이나 다른 무엇보다 자신을 믿으니까.
거만하게 말을 내뱉는 브래들리를 네로가 쓴웃음을 지으며 쳐다본다.
네로
뭐, 넌 그렇겠지.
그래도 말이야······. 아까도 말했지만 그런 주술이나 소원을 빌고 있는 녀석도 있어.
브래들리
알고 있어.
훗 하고 웃으며, 브래들리는 손에 들고 있던 깃털을 네로의 가슴팍에 밀어붙였다.
네로
······ 윽, 뭐야?
브래들리
옛날에, 마녀와 붙어서 도적단을 빠져나간 부하가 있었지.
작별한다는 의미로 이 주술을 해줬더니 기뻐하더라고. 1
부부가 될 저 두 사람에게도 해 주는 게 어떠냐? 이런 음침한 마을에 살고 있다니, 그 녀석들에게는 어울리지 않잖아.
그렇게 말하고 나서, 브래들리는 가버렸다.
네로
······.
저 녀석은 또 자기 마음대로······.
이건 어떡하라고.
네로는 건네받은 깃털을 망설이는 듯 바라보고 있었다.
현자
······ 두 사람에게 갈까요?
네로
글쎄다······.
네로는 고개를 들고, 여기서 조금 떨어진 곳으로 시선을 돌린다.
눈부시게 가늘어진 눈동자의 끝에서는 엘리엇 씨와 앤 씨가 사이좋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당신이 원하는 장소에서 3화
잠시 두 사람을 바라보던 네로는 아니, 라고 하며 고개를 저었다.
네로
그 두 사람의 앞길에 큰일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모처럼의 새 출발에 일부러 이런 음지에 사는 사람들이 쓰는 주술을 가르쳐 줄 필요는 없어.
현자
네로······.
마치 두 사람이 있는 곳이 저 멀리에 있는 것 같은 눈빛에, 왠지 가슴이 뭉클해진다.
네로
······ 그러니까 여기서 슬쩍하자고. 그 녀석들이 햇빛이 드는 길 위에서 걸을 수 있게.
봐, 안 했으면 안 했다고 브래들리가 불평할 수도 있다고.
현자
······ 그렇네요! 그럼 꼭 저희끼리 해요.
다시 웃어주자 네로는 손바닥 위에 깃털을 얹었다.
서로 맞추듯 우리는 눈을 감는다.
현자
(엘리엇 씨와 앤 씨가 행복하게 살기를······.)
(······ 그리고······.)
네로
《아드노디스 옴니스》
또 하나의 소원을 마음속으로 말하자, 네로의 주문과 함께 무언가 타는 소리가 들렸다.
눈을 떠보니, 네로의 손바닥 위에서 깃털이 불꽃을 휘감으며 떠 있었다.
네로
······ 인간과 마법사는 목숨의 길이가 달라.
어떻게 되든 마법사인 앤은 남겨질 거야.
나는 그것을 알고 있으면서 함께 있는 것을 선택할 수 있었다는 건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해.
그러니까 적어도 그 아침이 살아있는 동안에는 평온하게 지낼 수 있으면 좋겠어.
현자
······ 네.
사실 저는 이 깃털에 소원을 하나 더 담았어요.
네로
하나 더?
현자
네. 그런데 소원으로 빈 건 그 두 사람에 대해서가 아니라 네로와 관련한 거예요.
햇빛이 든 곳에서든, 그늘 아래에서든 네로가 원하는 장소에서 행복해지라고요.
네로
············.
현자
죄송해요, 제멋대로 한 건 알고 있지만······.
네로
······ 저기 말이지. 그러니까 현자 씨가 보기에 나는 음침한 사람으로 보였다는 거야?
현자
네!?
그런 뜻이 아니에요! 그런 뜻이 되는 건가요?
네로
너무 당황하네, 딱히 사과할 일은 아니라고.
······ 아.
네로의 손바닥 위에 있던 깃털이 다 타오르고, 흔들리던 불꽃이 공기 중으로 녹아든다.
남은 불씨가 팔랑팔랑 떨어지는 모습을, 그저 둘이서 배웅했다.
네로
······ 고마워, 현자 씨.
행복 같은 건 나에게는 지난 소원 같기도 하고, 솔직히 잘 모르겠지만.
네가 그렇게 바라 주는 건 왠지 기뻐.
현자
네로······. 그렇게 말해주셔서 다행이에요.
네로
······ 그래서? 오늘 저녁 뭐 먹고 싶은데?
현자
아앗, 그런 의도로 소원을 빌었던 건······!
네로
하하, 농담이야. 네가 그 녀석 같은 말을 할 줄 몰랐어.
우습다는 듯이 네로가 목청을 울리며 웃었다.
구름 사이로 비치는 하늘은 맑고 햇빛은 부드럽다.
그게 왠지 반가워서, 나도 진심으로 웃는 얼굴을 보였던 것이다.
- 전별, 잔치를 베풀어 작별한다는 뜻으로 보내는 쪽에서 예를 차려 작별함을 이르는 말.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