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녹스/카드 스토리

레녹스 SSR [산처럼 믿음직하게] - 그의 마법은 누군가를 위해서

다별쓰 2020. 11. 17. 02:08

 

그의 마법은 누군가를 위해서 1화

 

레녹스

현자님, 가파른 턱이 있어요. 발 디딜 곳이 없으니 조심하세요.

 

현자

감사합니다. ······ 에취!

 

레녹스

괜찮으세요? 지하라서 그런 것도 있고, 여기는 꽤 쌀쌀하네요.

 

현자

네······. 더 껴입고 올 걸 그랬어요. 하지만 탐험하기엔 더없이 좋은 장소네요. 지하에 이렇게 넓은 곳이 있다니.

(지하 궁전이라고 들었을 때는 놀랐는데, 조금은 두근두근하네.)

 

레녹스

······ 맞아. 현자님, 손을 내밀어 주세요.

 

현자

와아, 예쁜 돌이군요······! 이게 뭔가요?

 

레녹스

이 근처에서 주웠어요. 부디 현자님이 가지고 계셔주세요. 그리고······.

《포세타오 메유바》

 

현자

아······! 돌이 따뜻해졌어요.

 

레녹스

수호와 온기의 마법을 걸었습니다. 품 속에 넣어두면 추위도 조금은 누그러질 거라고 생각해요.

 

현자

레녹스······. 감사합니다.

어라, 이런 곳에 웅덩이가······. 수면에 그림자가 여러 개 비치고 있어요. 혹시 물고기가 있을까요?

 

레녹스

그럴지도 모르겠어요. 이런 곳에 서식하고 있다니 흥미롭군.

 

현자

아, 마법으로 낚싯대를······.

 

레녹스

잠시 살펴볼까요?

 

???

와-----!!

 

현자

······!!

이 소리는······?

 

(바람이 부는 듯 한 벌레 떼가 오는 소리)

 

현자

에엥!? 벌레 떼!?

 

레녹스

현자님, 그대로 엎드려 계세요.

······ 좋아, 쫓아버렸으니, 이제 움직이셔도 돼요.

 

현자

아, 감사합니다. 깜짝 놀랐다······. 방금 건 뭐였을까요?

 

레녹스

그늘에 숨어있던 벌레가 고함소리에 놀라서 나온 거겠죠. 목소리의 주인공은 아마······.

 

오웬

시끄러워. 무슨 소동이야?

 

현자

오, 오웬?

 

레녹스

역시 아까 그 목소리는 너였구나. 무슨 일이 있었나?

 

오웬

딱히. 목소리가 울려서 재밌으니까.

너희야말로, 왜 이런 곳에서 낚싯대 같은 거 가지고 있는 거야?

 

레녹스

이 웅덩이에 물고기가 있어. 조사도 할 겸 몇 마리 낚아갈까 하고 말이야.

 

오웬

아하하, 낚시래. 남쪽의 마법사는 무사 태평해서 좋네.

······ 호기심을 대신해서 목숨을 잃을지도 모르는데.

 

그의 마법은 누군가를 위해서 2화

 

오웬

······ 호기심을 대신해서 목숨을 잃을지도 모르는데.

 

현자

네? 무슨 말씀이신가요?

 

오웬

말 그대로야. 여기는 사람들 눈에 잘 띄지 않아. 방치되어 있던 비밀의 장소야. 뭐가 도사리고 있는지 모르잖아.

정체를 알 수 없는 마물이 너희를 진수성찬이라고 생각해서 찾아올지도 모르는데?

 

현자

그럴 수가······.

 

레녹스

괜찮습니다, 현자님. 그때는 제가 도와드릴게요.

 

오웬

······ 너, 그런 점은 약간 카인과 비슷하지.

 

레녹스

그런가? 확실히, 마법보다 맨손으로 싸우는 것이 자신 있다는 점은 비슷할지도 모르지만······.

 

오웬

맞아. 마법도 제대로 못 쓰고 약한 주제에 남을 보호하려는 점이 비슷하지.

 

현자

오웬······!

 

레녹스

······ 확실히, 너에게는 그렇게 보일지도 모르겠군.

 

오웬

저런, 간단히 인정하네.

 

레녹스

그래, 여기에는 너도 있지. 오웬, 현자님께 위기가 닥쳤을 때는 우리 같이 지키자.

 

오웬

뭐?

 

레녹스

그 대신이라고 하기에는 좀 그렇지만 나는 낚시가 특기거든. 마법으로는 너를 당해낼 수 없지만······.

낚시라면 나도 가르쳐줄 수 있어. 괜찮다면 다음에 같이 어때?

 

오웬

아하하! 남쪽의 마법사는 상냥하구나.

좋아. 마음이 내키면 상대를 해줄게.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 이 근처에 있는 건 마물이 아니야. 하지만 묘한 낌새가 느껴져.

남의 방패가 되는 걸 좋아하잖아, 레녹스. 돌이 되지 않도록 잘 발버둥 쳐봐.

 

현자

가버렸네요······. 묘한 낌새라는 건 뭐죠? 주변은 굉장히 조용한데······.

 

레녹스

모르겠습니다만, 여기서는 오웬의 충고에 따를까요?

 

현자

네, 그럼 지상으로······ 앗!

 

레녹스

이런······. 괜찮으세요? 현자님.

 

현자

하마터면 물에 빠질 뻔했어요······. 이 근방에는 이끼가 무성해서 미끄러운 것 같아요.

레녹스가 주신 돌이 지켜준 걸지도······. 덕분에 물에 젖지 않았어요. 고마워요.

 

레녹스

도움이 되었다니 다행입니다. 이제 지상으로 돌아갑시다.

 

(현자와 레녹스의 발걸음 소리 뒤에 들리는 물 기포 소리)

 

???

············.

 

그의 마법은 누군가를 위해서 3화

 

현자

······ 어라?

 

레녹스

왜 그러시나요?

 

현자

레녹스에게 받은 돌이 없어요. 아까 걸려 넘어졌을 때 떨어뜨렸는지도 모르겠어요.

 

레녹스

특별한 게 아니니 부디 신경 쓰지 마세요.

 

현자

그래도······.

 

뒤에서 작은 물소리가 났다. 뒤돌아보니, 호수 위에 푸르게 빛나는 해파리 같은 게 떠 있었다.

 

현자

어······!? 대체 뭐죠?

 

레녹스

이건······ 수마[각주:1]의 일종입니다. 깜짝 놀랐네.

한 번 피가로 선생님의 집에서 표본을 본 적이 있는데, 꽤 희귀한 종이라고 들었습니다.

 

현자

(혹시, 오웬이 말했던 묘한 기색이라는 게 이 아이를 말했던 걸지도······?)

뭔가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브로치가 2개······? 게다가 굉장히 화려해 보이는······.

 

수마는 내 앞에 불쑥 브로치를 내밀었다.

 

레녹스

현자님이 떨어뜨린 돌로 착각하고 있는 게 아닐까요?

 

현자

과연······.

수마 씨, 감사합니다. 하지만 이건 제 것이 아니라서 받을 수 없어요.

 

수마

······.

 

수마는 생각에 잠긴 듯 잠시 입을 다물고, 브로치와는 다른 것을 내게 내밀었다.

낯익은 예쁜 돌. 따뜻한 빛을 은은하게 머금고 있었다.

 

현자

아, 그 돌! 맞아, 그게 제가 떨어뜨린 거예요.

주워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아, 물속에 빠졌는데도 아직 따듯해.

 

레녹스

······ 현자님. 이 수마는 추위에 약해서 겨울에는 잠이 드는 습성이 있어요.

 

현자

앗, 그럼 이 지하에서는 깨어 있을 수가 없지 않나요? 여기는 꽤 추우니까요······.

 

레녹스

어디선가 헤매고 말았겠죠. 아마 돌의 온기로 눈을 뜰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저기, 너. 그 브로치를 하나 빌려주지 않겠어?

《포세타오 메유바》

 

레녹스가 주문을 외우자 브로치는 옅은 빛을 내고, 천천히 열이 가해지는 것 같았다.

 

레녹스

이제 한동안은 따뜻할 거야. 받아줘.

 

수마

······!

 

수마는 몸을 빙빙 돌리며 허공을 날았다. 말은 없었지만, 몹시 기뻐하는 것처럼 보였다.

 

(퐁당 하고 물에 브로치가 떨어지는 소리)

 

현자

아, 남은 하나의 브로치······. 수마가 떨어뜨리고 갔어요.

 

레녹스

감사 표시일 것입니다. 받아주세요, 현자님.

 

현자

그럼 이건 레녹스 거예요.

 

레녹스

저 수마는 정직한 자에게 은혜를 베푼다고 들었습니다. 처음에 성실하게 답해주신 현자님 덕분이에요.

그래도······ 수마를 기쁘게 할 수 있었던 건 좋았네요.

평소에는 처치 곤란한 마법입니다만, 이럴 때는 좋은 것 같아요.

 

현자

레녹스의 마법은 언제나 누군가를 위해서 있는 거군요. 멋지다고 생각해요.

 

레녹스

하하, 감사합니다. 현자님.

 

  1. 水魔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