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노 SSR [화원을 품은 망집] - 날이 저물어도

2021. 4. 1. 21:30시노/카드 스토리

 

날이 저물어도 1화

 

현자

오늘 새 둥지 바꾸는 거 견학시켜주셔서 감사해요.

시노가 항상 이 숲을 지켜봐주니까 마법관에 있는 모두도, 저도 살았어요.

 

시노

딱히 감사 인사를 들을 만한 것은 아니야. 숲지기 일을 하니까 익숙할 뿐이다.

 

현자

(시노에게 있어서 숲이란 생각이 깊어지는 장소구나.)

시노는 평소에 숲에서 어떻게 지내요?

 

시노

어떻게라니?

 

현자

숲을 손질하는 거 말고도 뭔가 시노 답게 지내는 방법이 있나 해서요.

 

시노

여러가지 있어. 그렇지, 예를 들면······.

 

무르

예를 들면?

 

현자

앗, 무르!

 

무르

예를 들면 어떤 일을 하고 있어? 나도 알고 싶어! 가르쳐줘, 가르쳐줘!

 

시노

여전히 제멋대로인 녀석이야.

 

무르

제멋대로인 건 좋아!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마음을 따르는 게 최고!

 

시노

하긴, 나도 내 의지로 밖에 움직이고 싶지 않으니까.

 

무르

시노 멋있네!

 

시노

뭐, 그렇지.

그건 그렇고, 따라와. 내가 여기서 뭘 하는지 알려줄게.

 

-

 

시노

이쯤이면 되겠군. 알겠지, 얌전히 있어.

 

무르

우-, 멍멍!

 

현자

무, 무르······.

 

시노

어이.

 

무르

네에. 조용히 하고 있을게.

 

우리가 조용히 하자, 시노는 눈꺼풀을 내리깔았다.

귀를 기울이고 주변의 소리에 집중하고 있는 것 같았다.

잠시 그러고 있나 싶더니, 갑자기 땅을 박차고 나뭇가지로 날아갔다.

 

현자

와, 가뿐하게······!

 

무르

시노 앞에 다람쥐 있네.

 

시노가 다람쥐 앞으로 손을 내밀었다.

그러니, 다람쥐가 도망가지 않고 얌전히 그 손바닥에 앉았다.

 

시노

······ 옳지. 착한 아이네.

 

현자

대단해요! 항상 다람쥐랑 노는 거예요?

 

시노

노는 게 아니야. 사냥 연습이다.

 

현자

앗.

 

시노

다람쥐 안 먹어봤나?

 

현자

안 먹어봤는데요······.

 

시노

흠. 뭐, 나도 이 녀석을 사냥할 생각은 없어.

여기서는 매일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있으니까.

하지만, 감이 무뎌지게 하고 싶지는 않아. 그래서 가끔 이렇게 사냥감을 찾는 훈련을 하는 거야.

 

시노는 다람쥐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어주고 나서, 나뭇가지 위에 돌려놓은 뒤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무르

사냥하는 건데 사냥을 하지 않다니 신기하네.

 

시노

그런가?

 

무르

······ 좋은 게 생각났어.

신나고 설레는 거야! 우리 다 같이 서로 쫓아다니기 하자!

 

날이 저물어도 2화

 

무르

내가 쫓아갈 테니까 둘은 안 잡히도록 도망가.

 

시노

쫓아다니는 게 『좋은 것』인가. 생각보다 평범하군.

 

무르

물론 그냥 쫓아가는 게 아니지. 나한테 잡히면 마법을 써서 동물로 변하게 할 거야!

새가 좋을까? 고양이가 좋을까? 현자님은 뭐가 좋을까?

 

현자

저기, ······ 저 동물 되는 건가요?

 

무르

잡히면! 근데 그 다음에 시노가 터치해주면 마법이 풀려서 원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어.

시노가 변해버렸을 때는 현자님이 터치해서 돌려놔줘.

제한시간까지 도망가는 데 성공한다면 두 사람이 승! 둘 다 동물이 된다면 내가 승! 알겠지?

 

현자

네, 알겠어요.

 

시노

사냥하는 것과 쫓아가기를 섞은 놀이군. 재밌겠다.

제한시간은?

 

무르

10분.

100 세면 쫒아갈 거야.

둘 다 있는 힘을 다해 도망쳐. 시작-!

 

현자

앗, 벌써요······!?

 

시노

현자, 네가 잡히더라도 꼭 내가 찾아내서 살려주지. 안심해.

 

현자

(든든하다······! 아니, 그런데 내가 꼭 잡힌다는 걸 전제하고 말하는 것 같잖아······.)

고마워요, 저도 할 수 있는 한 열심히 해볼게요!

 

무르

하아나, 두울······.

 

시노

그럼, 이만.

 

현자

네!

(······ 어? 왜 추격전 같은 걸 하게 된 거지? 뭔가 처음엔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던 것 같은데······.)

뭐 어때. 모처럼이니 즐겨보자!

 

-

 

현자

······ 이 덤불에 숨어있으면 못 찾겠지?

(쫓아다니는 것에서는 무르에게 당할 수가 없어. 여기서 가만히 있자.)

······.

 

무르

현자님, 찾~았다.

 

현자

(순식간에 졌잖아!)

 

무르

《에아뉴 랑블》!

 

현자

짹······!

 

(현자의 날개가 펄럭이는 소리)

 

현자

(새, 새가 된 거야!?)

 

무르

좋아, 현자님 이리 와~!

 

순식간에 무르에게 잡히고 말았다.

정신을 차려보니 나무 위로 끌려가고 있었다.

 

무르

여기 들어가 있어.

 

현자

(아까 시노가 설치해둔 새 둥지잖아······.)

 

무르

이제 시노만 잡으면 돼! 현자님은 여기서 얌전히 기다려.

 

날이 저물어도 3화

 

현자

(설마, 이 새 둥지를 제일 처음 써보는 게 내가 될 줄이야······.)

(그런데 역시 시노가 만들어서 그런가 아늑해. ······ 뭔가, 졸리기 시작했어.)

 

시노

어이, 뭘 쉬고 있어?

 

현자

(시노······! 도와주러 왔나 봐!)

짹, 짹······!

 

시노

조용히 해. 무르에게 들키잖아. 금방 도와줄게.

 

현자

(다행이다. ······ 응? 이쪽으로 새가 날아오는데.)

 

시노

저건······.

 

갑자기 시야가 크게 흔들렸다.

살펴보니, 시노가 새 둥지를 안고 나무에서 뛰어내리고 있었다.

 

현자

(으, 으아아아······! 시노, 어째서······!?)

 

땅에 착지한 시노는 고개를 바로 들었다.

시선 끝에 있는 건, 조금 전의 그 아기새였다.

 

시노

속이려고 해도 그렇게는 안 되지. 난 이 숲을 누구보다도 잘 알아.

정체를 드러내지 않을 거라면, 이 녀석을 오늘 저녁거리로 해도 상관 없겠지.

 

현자

(이 녀석이라니······. 나 말이야!?)

 

무르

유감! 현자님을 인질로 잡다니 어쩔 수 없네.

 

현자

(무르!)

 

시노

현자, 이제 됐다. 나와라.

 

현자

푸핫, 돌아왔다!

대단해요, 시노. 저 새가 무르라는 걸 어떻게 알았어요?

 

시노

숲에 있던 새와 기척이 달랐으니까.

 

무르

아~ 아. 조금만 있으면 시노도 잡을 수 있었는데.

 

시노

이번엔 내가 이겼다. 다음엔 제대로 해봐.

 

무르

······ 그래!

 

-

 

현자

두근두근거렸지만 재밌었어요! 시노가 찾아줬을 땐 너무 기뻤어요.

 

시노

흐흥. 나한테 걸리면 별 거 아냐.

 

현자

하지만 다음번에는 지지 않을 거예요. 이제 시노가 쫓아올 차례인가요?

 

시노

그래. 나도 절대로 지지 않을 거야.

······ 라고 말하고 싶지만, 이미 날이 저물었어.

나랑 무르는 그렇다 쳐도 너에게는 위험하잖아. 마법관으로 돌아가겠어.

 

주위를 살펴보니, 숲은 온통 밤의 얼굴을 하고 있다.

조금 전까지 즐거웠던 시간들이 더 여운을 남겨서, 쓸쓸함을 느꼈다.

 

무르

그럼, 밝아지게 하면 되잖아!

《에아뉴 랑블》!

 

(반짝반짝거리는 배경)

 

현자

와아······!

 

나무 열매가 반짝반짝 환하게 밝아졌고, 물결 같은 작은 불빛이 숲 속에서 켜졌다.

아름다운 조명 같은 세계가 눈앞에 나타났다.

 

무르

이걸로 더 놀 수 있게 됐어! 어때, 시노.

 

현자

······ 조금만 더 놀지 않을래요?

 

시노

··················.

어쩔 수 없는 녀석들이군. 좋아, 같이 놀아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