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일록 SSR [22명은 운명을 함께] - 비밀 추억

2020. 11. 25. 03:48샤일록/카드 스토리

 

비밀 추억 1화

 

현자

(아, 무르와 라스티카다. 왠지 들떠 있어.)

둘 다 즐거워 보여요.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었나요?

 

무르

이야, 현자님. 우리들, 샤일록 이야기를 하고 있었어.

 

현자

샤일록이요?

 

라스티카

네. 그가 멋있다는 말을 했어요.

예를 들면, 제가 물건을 잃어버려도 그 물건을 뒀을 만한 장소를 냉정하게 알려주거나, 무르가 갑자기 없어진다고 해도 동요하지 않고 파이프를 피우거나······.

그에게는 우아하면서도 뿌리를 탄탄하게 내린 고귀한 꽃과 같은 여유가 있습니다. 어떤 때라도 언행이 침착하고, 정말 믿음직스러워요.

 

현자

맞아요······. 항상 우아하죠. 샤일록이 당황하거나 쑥스러워하는 모습이라니, 거의 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무르

샤일록을 쑥스럽게 한다니, 꽤 간단해! 있잖아······.

 

-

 

현자

······ 그러니까, 샤일록이 뭐라고 말을 하면 그 말을 긍정하면 되는 건가요?

 

무르

맞아! 샤일록은 상대방의 반응을 미리 예상하고 있어. 그게 빗나가면 분명 새침한 표정이 무너질 거야!

 

현자

과연······.

(기회가 된다면, 언제 한 번 해볼까······.)

 

클로에

무르, 라스티카!

 

샤일록

역시 이쪽이었죠?

 

현자

클로에, 샤일록. 무르와 라스티카를 찾고 있었나요?

 

클로에

응. 오늘은 오후부터 훈련 예정이어서.

 

샤일록

무르가 어제 하고 싶다고 해서요. 수행실에서 기다렸는데 클로에만 모습을 보이길래 데리러 왔죠.

 

무르

그랬었나?

 

라스티카

그나저나, 이렇게 모두가 다 모였고 심지어 현자님도 계시다니 멋져. 모처럼이니, 이대로 다과회를 여는 것은 어떨까.

 

무르

찬성!

 

클로에

어어? 훈련은?

 

샤일록

정말, 어쩔 수 없는 사람들이네요. 그럼, 아껴두었던 차와 달콤한 과자를 준비해 볼까요.

 

현자

(서쪽의 마법사는 여전히 자유롭구나······.)

 

-

 

현자

휴, 벌써 이런 시간인가······. 오늘 일을 현자의 서에 정리해둬야겠어.

 

-

 

현자

(······? 좋은 향기······)

 

샤일록

잠에서 깨셨나요?

 

현자

어라······. 샤일록? 저, 잠들어버렸었군요.

 

샤일록

네. 아주 사랑스럽게 잠든 얼굴이었죠.

 

현자

저, 저기······.

 

대답을 곤란해하자, 샤일록이 미소를 짓고 책상 위에 놓인 병에 나뭇잎과 열매, 장미 봉오리를 잘라 넣었다.

 

현자

굉장히 좋은 향기······. 뭘 만들고 있나요?

 

샤일록

무알콜 허브 와인입니다. 현자님이 피곤하신 것 같아서, 릴랙스 할 수 있는 음료로 드릴까 해서요.

 

현자

걱정을 끼쳐 드려 죄송합니다······. 현자의 서를 쓰다가 잠든 것 같아서.

 

샤일록

현자의 서에는 어떤 것을 쓰고 계신가요?

 

현자

일이나 마법사들에 대한 것, 매일 일어나는 여러 가지 일이요. 제 다음으로 이 세계에 찾아오는 현자가 이 세계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알 수 있도록.

가능한 한 매일 일어난 일이나 느낀 점을 기록해 두고 싶어요. 제가 이 세계에 있을 수 있는 시간은 한정적이니까요.

 

샤일록

······.

 

비밀 추억 2화

 

현자

맞다, 허브 와인을 만들고 있는 모습을 현자의 서에 적어도 될까요?

 

샤일록

네, 부디. ······현자님이 이쪽 세계에 막 오셨을 무렵에도, 이렇게 말씀해 주셨죠.

그때의 일도 현자의 서에 쓰신 건가요?

 

현자

아뇨, 그때는 아직 이 세계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일상을 기록할 만한 여유가 없어서요······.

그렇지만 샤일록이 마법을 보여주셨던 것과 말을 걸어주셨던 게 기뻤기 때문에 그때 일은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샤일록

그거 아주 영광입니다.

《인비벨》

 

샤일록의 마법으로 와인병의 안이 끓고, 허브가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현자

역시 마법은 대단하구나······.

 

샤일록

후후. 더 무섭고 굉장한 마법을 몇 번이나 보셨는데도, 현자님은 이런 마법에도 놀라시는군요.

 

현자

당연하죠. 저에게는 없는 불가사의한 힘이니까요.

 

샤일록

당신은 역시 특이하십니다.

그렇지만, 그런 당신의 말에 우리 마법사가 구원을 받는 것도 사실입니다.

 

현자

과, 과장이에요.

 

샤일록

그렇지 않습니다. 적어도 저에게 있어서, 지금 현자님이 해주신 말씀과 그때의 말씀은 너무나도 반가운 것이었어요.

 

그때 했던 말이라는 대사에서, 나는 그리운 샤일록과의 대화가 생각났다.

 

회상 속의 현자

······. 아니요······. 또 들려주세요. 마법사의 이야기.

정말 재미있었어요.

마법사의 이야기, 저는 좋아해요.

 

샤일록은 눈을 깜빡이고 나서, 흐뭇하게 웃었다.

 

회상 속의 샤일록

그럼요, 기쁘게.

 

샤일록

당신은 마법사를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마법사의 이야기를 좋아한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인간이 보기엔 기묘하고 우스꽝스럽게 들릴 텐데, 웃지 않고 귀를 기울여 우리의 존재를 진지하게 받아들여 주신 것, 깊이 감사드려요.

 

현자

아니요, 고맙다고 하실 정도는 아니에요. 모두 사실인걸요.

 

샤일록

후후. 절 기쁘게 하는 것에 능숙하시군요, 현자님.

답례로 선물을 하게 해 주세요. 뼈까지 녹는 듯한 감미로운 마법과, 몸과 마음이 모두 빠져버릴 정열적인 마법······.

어느 것이 더 좋으신가요?

 

현자

네? 저기······.

(······ 잠시만. 지금이야말로 낮에 무르가 말한 걸 실천해볼 찬스 아닌가?)

(좋아······!)

한쪽만요? 저는 둘 다 좋아요.

 

샤일록

!

 

비밀 추억 3화

 

샤일록

짓궂은 사람······.

어디서 그런 조르기를 배워 오신 건가요?

 

현자

죄, 죄송합니다······. 사실 낮에 샤일록을 쑥스럽게 하는 방법을 무르에게 배워서 해본 거예요.

 

샤일록

정말, 곤란한 사람이다.

저를 속이는 농간을, 저 이외의 남자에게 배우다니 질투 나겠어요.

다음에는 꼭 저에게 직접 물어보세요. 충분히 안내를 해 드리죠.

 

현자

(다, 당할 수가 없어······.)

 

샤일록

현자님, 제 가슴은 당신의 말로 인해 크게 동요하고 있습니다. 오늘 밤은 당신에게 특별한 시간을 드릴 수 있게 해 주세요.

 

-

 

샤일록

승차감과 허브 와인의 맛은 어떠신가요?

 

현자

둘 다 최고예요······. 이렇게 달 아래서 맛보는 와인도 멋지네요. 데려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샤일록

마음에 드셨다면 다행입니다. 현자님, 역시 오늘 일은 현자의 서에 적지 말아 주시겠어요?

 

현자

······. 혹시 싫으셨나요?

 

샤일록

아뇨. 저와 현자님, 둘만의 비밀로 간직하고 싶습니다.

기록에 남는 추억은 물론 멋진 것이겠지요.

그렇지만 기억에만 남아있는, 우리만 아는 추억이나 우리만 아는 술맛도 또 다른 가치가 있지 않을까요?

 

현자

기억으로만 남는 추억······.

(원래 세계에 있었을 때는 카메라가 있으니 사진으로 추억을 남기는 경우가 많았는데······. 확실히 형태로 남는 것만이 추억인 것은 아니야.)

(눈으로 보고, 피부로 느끼고, 자신의 오감에 추억을 새기는 것도 가치가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네······.)

 

밤바람을 맞으며, 샤일록이 나를 보고 웃는다.

 

샤일록

언젠가 현자님이 원래 세계로 돌아가버리시는 날이 오면, 오늘 밤의 비밀을 안주 삼아 허브 와인으로 건배합시다.

현자님이 기억하고, 제가 기억하지 못하는 것도 있을 것이고요. 그 반대의 경우도 있겠지요.

서로의 추억을 서로의 기억으로 채워가는 것도 분명 매력적일 거예요.

 

현자

······ 그렇군요. 그때는 오늘처럼 빗자루에 태워 주시면 기쁠 것 같네요.

 

샤일록

네, 물론이죠.

······ 현자님.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것은 도리에 어긋나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부디 돌아가시는 것을 서두르지 말아 주세요.

너무 빨리 오늘 밤의 추억을 서로 이야기하게 되는 것은 조금 쓸쓸해서.

 

현자

(샤일록······.)

괜찮아요. 저는 아직 역할을 다하지 못했고 이 세계에서 조금 더 즐기고 싶으니까요.

 

샤일록

후후. 역시 당신은 특이한 편이다.

당신이 현자라서 정말 다행입니다. 다시 한번 더 감사합니다, 우리의 현자[각주:1]님.

 

  1. 현자의 이름을 불러주는 부분. 디폴트 이름으로 해두었을 경우 아키라 님이라고 적혀 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