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6. 8. 21:55ㆍ히스클리프/카드 스토리
네 시선으로 1화
현자
날이 밝을 시간인데도 벌써 달이 보이네······.
(<커다란 재앙>은 무서운 것이라고 들었지만, 역시 예쁜 달이야.)
(조심성 없어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재앙을 싫어하지 않는 이 마을에서 보니까 더 그렇게 생각하게 되네.)
달을 구경할 당일에도 화창한 날일 수 있도록. 어라, 저기 있는 건······.
히스클리프. 공방엔 무슨 일인가요?
히스클리프
아, 현자님. 안녕하세요. 시간이 좀 나길래 베 짜기 견학을 해볼 수 있을까 해서요.
동쪽 나라의 장인이 만든 걸로 알고 있기도 하고, 모처럼이니 이번 기회에 잘 봐 두고 싶어요.
현자
기계를 좋아하는 히스클리프 답네요. 괜찮으시다면 저도 같이 갈 수 있을까요?
히스클리프
네, 꼭이요. 그런데 지금은 쉬고 계신 것 같아서 공방 안에 아무도 안 계신 것 같아요.
축제 전이라 마을 사람들도 준비하느라 바쁜 걸까······. 나중에 다시 올까요?
화이트
어~이. 현자, 히스클리프여. 이 근처에서 아이를 보지 못했는가?
현자
아이? 저는 못봤는데, 혹시 무슨 일 있나요?
화이트
음, 사람을 찾아다니고 있었단다. 마을 아이들과 숨바꼭질을 하고 있었는데 한 명을 찾지 못했구먼.
그래서 놀이는 그만두고 다 같이 찾고 있었단다. 이쪽에서 찾으러 다니는걸 눈치챈 건 아닌지······.
히스클리프
걱정스럽네요······. 저도 못봤어요.
현자님, 저희도 같이 찾으러······.
(부스럭 거리는 소리)
히스클리프
어? 지금 공방에서 무슨 소리가 들리지 않았나요?
화이트
이 공방이구나, 미안하지만 실례 좀 하겠다.
히스클리프
우리도 갑시다.
현자
그래요.
-
아이
······.
화이트
오오, 역시 여기에 있지 않느냐! 아무 데도 없어서 걱정했단다.
아이
아, 마법사 형아······.
화이트
그런데, 안색이 별로구나.
히스클리프
무슨 일이니? 괜찮다면 이야기를 들어줄게.
아이
······ 숨바꼭질하다가 베틀 기계를 망가뜨렸어.
히스클리프
응?
아이
지금은 공방 운영을 안 하니까 여기 숨으려고 했어.
그러다가 기계에 부딪혀서······. 이게 뜯겨버렸어.
현자
히스클리프, 이건······.
히스클리프
네, 베 짜는 기계 부품인 게 확실해요.
아이
으으, 어떡하지······.
네 시선으로 2화
아이
이 베틀은 마을의 소중한 물건이야. 모두에게 미움받으면 어떡하지······.
으······ 훌쩍······.
화이트
옳지 옳지, 괜찮단다. 일부러 망가뜨린 게 아니니까 말이다.
어디, 우리에게 맡기는 게 좋겠구먼. 이 정도는 당장 마법으로 고칠 수 있으니.
아이
정말? 마법으로 고쳐지는 거야?
히스클리프
저, 저기······. 기다려주세요, 화이트 님.
가능하다면, 마법으로 고치지 않는 편이 어떤가요?
현자
히스클리프?
히스클리프
······ 얘야, 확실히 마법으로 고치는 건 간단해.
하지만 저지른 일을 없었던 것으로 덮고 도망쳐버리는 건 좋은 방법이 아니야.
아이
그래도······ 흑, 베틀이······.
히스클리프
괜찮아, 이 정도는 마법을 쓰지 않아도 고칠 수 있을 것 같아. 빠졌을 뿐이지 부품 자체는 망가지지 않았어.
아이
······ 정말?
히스클리프
응. 나는 기계 만지는 걸 좋아해서 뭔가 알 것 같아. 아마 금방 고칠 수 있을 거야.
그럼 나는 베틀을 내가 고쳐고 되는지 마을 사람들에게 물어보러 갈게.
······ 너도 같이 사과하러 갈 수 있겠니?
아이
······ 응. 제대로 사과할게.
히스클리프
좋아, 갈까?
현자님, 화이트 님. 저희 다녀오겠습니다.
화이트
오오, 잘 부탁하네.
······ 현자여, 우리도 따라갈까? 이 아이들과 숨바꼭질을 하던 내게도 책임이 있으니 말이야.
현자
화이트······.
좋아요, 같이 가요.
-
아이
같이 가줘서 고마워.
히스클리프
너도 제대로 사과하는 모습이 대견했어.
아이
에헤헤······.
화이트
······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마법을 사용하면 간단하게 해결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 마법사가 있을 때의 이야기지.
저 아이는 인간이다. 이번에는 넘어갔어도 다음번에 우리는 곁에 없을 테고 망가뜨린 것도 원래대로 돌아가지 못했을 게야.
현자여, 만약 내가 마법으로 도와줘버렸다면 저 아이는 다음번에 제대로 사과할 수 있었을까.
현자
단언할 수는 없지만······.
혼란스러워서 도망쳐 버릴지도 모르겠어요.
화이트
역시 그런가. 내가 너무 물러서 마음이 성장하고 있는 어린아이를 방해할 뻔했구나.
날 말려준 히스클리프에게는 나중에 감사의 뜻을 전해야겠구먼.
현자
그렇, 네요.
(히스클리프도 마법으로 고칠 수 있었을 텐데,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서 생각해줬어. 상냥한 사람이야······.)
히스클리프
좋아, 그럼 수리를 시작할까?
아이
형아, 이거 고칠 수 있을 것 같아? 또 베틀을 쓸 수 있게 될까?
히스클리프
응, 정말 괜찮아.
보자, 일단 이걸······.
······.
화이트
호오······.
현자
(히스클리프, 엄청 집중하고 있네······. 열심히 살펴보고 있어.)
아이
형아, 힘 내!
네 시선으로 3화
히스클리프
······ 좋아, 다 됐다.
이걸로 분명 작동할 수 있을 거야.
아이
아싸! 고마워, 형아!
현자
고생했어요, 히스클리프. 역시 잘하네요!
히스클리프
감사합니다, 현자님.
아이
······ 저기, 나도 열심히 하면 형아처럼 누군가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히스클리프
나 같은······. 나는 그런 식으로 말해 줄 만큼 대단한 일은 하지 않았어.
화이트
무슨 소리를 하는 게야. 히스클리프는 정말 멋있었단다! 자신감을 가지렴.
히스클리프
그, 아녜요. 제가······.
아이
······.
히스클리프를 올려다보는 작은 눈빛에 그는 숨을 꾹 삼켰다.
하지만, 다음 순간에 각오를 굳힌 듯 고개를 끄덕였다.
히스클리프
······ 그래, 그렇지.
응, 꼭 될 수 있을 거야.
네가 너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고 계속 믿어준다면, 모두를 도울 수 있는 멋진 사람이 될 거야.
아이
아싸! 난 마법은 쓸 수 없지만 노력할게!
히스클리프
응. ······ 고마워.
-
화이트
자, 저녁까지는 시간이 조금 남았단다. 우린 또 놀다 올 게야!
아이
이번에는 뭐 하고 놀까?
화이트
숨바꼭질은 위험하니까 술래잡기는 어떤가?
아~얍, 잡으러 간다~!
아이
꺅!
화이트
꺄꺄!
그럼 둘 다 나중에 보자꾸나!
(화이트와 아이가 뛰어가는 발소리)
현자
아하하, 화이트도 기운이 넘치네요.
히스클리프
그렇네요.
현자
히스클리프. 다시 한번 더, 베틀을 고쳐주셔서 감사해요.
저희와 같은 눈높이에 맞춰 행동해줘서 정말 기뻤어요.
히스클리프
당치도 않은 말씀이세요. 현자님께서 감사 인사를 하실 만한 행동은 하지 않았어요.
그 아이를 위해서 한 건 확실하지만······. 제가 그 기계를 만져보고 싶어서 그런 것도 있거든요.
현자
그러고 보니, 그런 말을 했네요.
히스클리프
네. 그러니까 저야말로 제가 제멋대로 행동한 걸 받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체험을 할 수 있었어요.
현자
그거 다행이에요!
히스클리프
······ 아.
현자
히스클리프, 왜 그래요?
히스클리프
저녁노을과 밤하늘의 경계선에 <커다란 재앙>이······.
죄송해요. 재앙에 이런 말을 하는 건 안일하다고 생각하지만.
······ 너무 예뻐요.
현자
······ 사실은 저도 같은 생각을 했어요.
제가 살던 세계에서는 달맞이라고 하는, 달을 바라보는 행사가 있었을 정도라서요.
그만 넋을 잃고 바라보는 거죠.
히스클리프
달맞이인가요. 현자님의 세계에는 신비로운 행사가 있군요.
현자
히스클리프, 괜찮다면 쉴 겸 조금만 더 달을 바라보다 가지 않겠어요?
연못가를 천천히 걸으면서요.
히스클리프
······ 네. 그럼, 가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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